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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재능이란

by 이담불 2024. 5. 29.

 

작가들은 시대나 장소에 상관없이 어딘가에 모여 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한결같이 작가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작가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것'이라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이다. 만약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하는 것보다, 금요일 밤 멋진 클럽에 가는 것보다 집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 자신도 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되었고 그 어떤 것 보다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있는데 하필 그것이 글 쓰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자신이 발견한 것이 GTA5 속에서 거대한 도시를 뛰어다니며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든, 스마트 폰 속에서 끊임없이 핫한 것을 찾아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든, 책방에 달려가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든 간에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고를 따지긴 어렵다. 왜냐하면 그건 단지 타고난 운일뿐이니까.

 

나는 요즘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푸는가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부분 어떻게 시간을 때우는가에 대해서 무심할 때가 많다. 언젠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한 말 중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난다.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항력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그림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할 수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수 있었던 건 불가항력이라는 의미다.

 

일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다.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는 것을 어떻게 노력할 수 있을까? 노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력할 수 있고 없고의 영역이 아니다. 무엇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꿈이나 성공이나 어떤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는 건 단지 욕망 그 자체이다. 어떤 사람인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가 그 사람을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걸 하면 된다.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하자. 우리처럼 작가적인 삶을 꿈꾸나 그다지 운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야 말로 작가가 되는 길이기도 하니까. 대신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나는 글을 쓰고 싶다고. 그게 아닌 들 뭐 어쨌다고. 그것이 어떤 이에겐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좀 편하게 가졌으면 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